- 계기
여럿이 함께 하는 공부를 좋아해 조그마한 백준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다 7월 초, 한 스터디원 께서 '공부를 더 하고 싶으면 이번에 신촌 연합동아리에서 진행하는 강의를 들어보시라' 조언해주셨다. 잠시 고민했지만, 아직 나에게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기에 실력자의 추천을 따라가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모든 이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하지는 못 하겠지만, 어느정도 기본기가 있어 스스로 문제를 풀던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막 떠먹여 주지는 않지만 열심히 하면 얻어갈 게 많다.
- 수업료
환급 여부에 따라 두 가지 수업료가 있다. 처음에 6만원을 내지만 열심히 들을 수록 많이 환급받을 수 있는 방식이 1번, 3만원을 내는 대신 어떻게 듣든 환급은 없는 방식이 2번이다. '열심히 듣기'에는 출석 체크와 마무리 평가(camp contest) 문제 풀기가 포함된다.
사실 동기부여 측면에서는 1번이 더 나았을 듯 하지만, 출석체크를 꼬박꼬박 해도 마지막 평가에서 죽쑤면 가격차가 크지는 않아서, 맘편히 2번을 골라도 된다.
- 진행 방식
주 3일(월 수 금) 20시에 1시간 동안, 디스코드 상에서 강의가 진행됐다. 수강생은 입문자와 중급자 두 개의 분반으로 나뉜다. (나는 입문자) 미리 게시한 강의자료를 바탕으로 알고리즘 이론을 주제 별로 설명하고, 이를 적용해 몇 가지 대표적인 문제를 같이 풀어본다.
강의만 듣는다고 출석 체크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강의가 끝나고 강사님들이 내주는 연습문제 중 필수문제 (난이도 中下, 5문제 내외)를 제출 기한 1주일 내에 풀면 된다. 오히려 강의는 나중에 올라오는 녹화본으로 듣고, 문제만 제 때 풀어도 된다. 풀이가 제공되지는 않지만 디스코드에서 질문을 올리면 금방금방 답변을 주신다.
강의와 연습문제의 참여율이 생각보다 저조했는데, 이유에 대해 나름의 추측을 제시해보자면
1. 강의 자료만으로도 내용이 충분해 굳이 실시간 강의를 들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
2. 아무리 필수문제가 중하 난이도의 문제라도 한 번 배워서 풀기는 좀 무리가 있어서
였을 것 같다.
그렇지만 본인 공부만 열심히 하고자 하면 전혀 문제 없다.
- 연습문제
전체 연습문제는 꽤나 부담되는 난이도와 꽤나 부담되는 양을 자랑했다. 사실 필수문제만 풀어도 전혀 지장 없는데, 이왕 수업료 낸 거 더 많이 가져가고 싶은 분들은 이걸 다 풀어보면 좋겠다. 질문 폭탄으로 멘토 분들 괴롭히면서 도전하면 생각보다 많이 풀 수 있고, 본인이 얻어가는 것도 많다. 풀이가 제공되지 않고 질문해도 힌트까지만 들을 수 있으니 스스로 고민하는 힘이 커진다.
나는 연습문제만 다 풀었더니 백준 골드 5 -> 골드 2까지 올랐다. 밑에는 열심히 한 거 자랑
- Camp contest
마무리 평가로 캠프 콘테스트를 진행했다. 5시간 동안 주어진 문제 8개 정도에 도전했다.
사실 연습문제를 풀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엠씨더맥스처럼 넘쳐흘렀는데... 대회는 실전이더라. 멘탈이 탈탈 털렸다.
일단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게 첫 번째 문제였고, 어찌저찌 비슷하게 구현했다고 해도 틀린 반례를 찾아내기 어렵다는 게 두 번째 문제였다. 또 백준 문제 풀 때 습관처럼 보던 '관련 알고리즘'을 알지 못하니 접근조차 힘든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좋아. 매번 온실 속 화초처럼 코드 참조해가며 문제만 띡띡 풀다가 이렇게 대회에 발을 디뎌보니, 내가 한참 부족함을 느껴 공부에 더욱 매진하게 되었다. 또 원래 '코테만 보면 됐지'라는 마인드였는데 이번 강의를 계기로 대회에도 관심이 생겼다. 굳이 대회에 욕심이 없는 분들이라도 대회는 이런거구나~ 하고 경험할 수 있는 부담없는 기회가 될 듯 싶다.
대회가 끝나면 잔잔한 바이브로 문제 해설과 시상식을 진행한다. 맘편히 들어가서 구경하면 즐겁다!
- 결론
나와 비슷한 처지(코테 준비는 해야되는데.. 하면서 백준 적당히 푸는)에 있는 학생들이 들으면 딱 좋을 것 같다.
1. 평소보다 타이트하게 문제 풀어보면서 실력 키울 수 있음
2. 좋은 질의 알고리즘 공부 자료 받을 수 있음
3. 멘토들이 친절해서 꿀팁 잘 알려주고, 동기부여 시켜줌.
4. 생각에 없던 대회 체험해볼 수 있음, 나는 대회 중에는 너덜너덜해졌지만 끝나고 나니 경쟁심도 생기고 즐겁더라.
아마 다음 방학에 또 열릴 거 같은데, 다들 신청해서 뽕 뽑자.
ICPC 신촌 홈페이지 : https://icpc-sinchon.io/